정치, ‘짝퉁 포퓰리즘’을 넘어서라
김해사랑 [2012-03-12 12:20:55]
총선과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선출되면, 다수 국민의 살림살이가 확 펴질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아니오’ 이다. 세계화된 한국경제는 톱니바퀴처럼 세계경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이미 세계경제와 한 몸인 셈이다.


실제 노무현․이명박 두 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 성장에 관한 한 큰 차이가 없었다. 성장률은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결국 세계 경제와 흐름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같다. 노무현 정권 말기의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도 잘못된 불만이고, 이명박 정권 747공약 중 첫 번째 7(연평균 7% 성장)도 잘못된 기대였다. 그동안의 성장률은 고작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2%, 2011년 3.6% 였다. 그러니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집권 5년 동안 성장에 관한 한 용빼는 재주는 없으리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4년간 국민들의 삶을 보면, 앞으로 국민들의 삶도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다. 전체 가구 소득 순위상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의 절반도 못되는 ‘상대빈곤층’ 비중이 18%를 넘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80만원(연 960만원)이 안 된다. 3년 연속 상대빈곤층이 증가해 15%를 기록했다는 미국보다 우리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최근 5년 동안 상대빈곤층에 적어도 한 해 이상 포함된 가구가 무려 35%에 달한다. 가구 소득이 해당 연도의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층 경험율도 24%나 된다. 4가구 중 1가구가 절대빈곤층을 오르락내리락한 셈이다.


지금까지 번듯한 집과 직장, 안락한 노후 등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을 상징하는 말이 돼 왔다. 하지만 이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2006년 집값이 급등할 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중산층이 108만 가구에 이른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5명 중 4명은 이자만 갚고 있지만 이들이 원금을 갚아야 할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빚 감당하기가 힘든 가구가 더욱 늘 것이다. 이미 빚 독촉으로 신용회복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한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때문에 생활비를 마련하기가 벅찬 중산층 ‘워킹푸어’도 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할 것 없이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서로 앞 다퉈 ‘내 탓이요’ 하며 국민에게 백배사죄해도 시원치 않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보여주는 작태는 가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하는 복지공약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연 평균 33조원이 소요되는 ‘보편적’ 복지로, 새누리당은 연 평균 13조원이 소요되는 ‘평생맞춤형’ 복지로 국민들을 우롱하면서 표를 탐하고 있다.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07년 말의 反노무현 현상은 그가 깨뜨리려 애썼지만 오히려 경제․사회 양극화의 모순구조는 심화되고,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다짐했던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달파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쉽게 일자리를 구하고, 열심히 일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이명박을 통해 투영됐고, 그것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이유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당명 바꾸기, 민주노동당 공약을 베끼는 대책 없는 ‘짝퉁 포퓰리즘 복지’로 국민을 우롱하는 또 한 번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더불어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 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 심판받아야 한다. 우선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휘둘려 머뭇거리고 있는 저축은행 특별법에 분명한 선을 긋고, 반드시 필요하고 실천 가능한 복지공약을 내놓고, 소모적인 한․미FTA 폐지론이 아닌,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보안책을 이야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는 북한주민의 인권에 관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12년은 운명(運命)의 해다. 2013년 고개를 넘으면 나라도 국민도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정당이 다수 정당이 되던 마찬가지다. 총선이 한 달여 남은 지금, 정치권은 국회의원 한 석 더 얻겠다고 발버둥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번영과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말할 때다.


/희망정치연구소 소장 우원조